3/10 병원에서 퇴근 후 내일은 토요일이겠다. 오랜만에 금요일 기분 좀 내기 위해 바로 앞 세종음식문화거리를 걸었다.
역시 회사가 집약적으로 모인 장소라 그런지 각 음식점마다 부장급 아저씨들과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세종음식문화거리에서 발견한 '서촌 친구네' 횟집
평일이든 주말이든 보통 10시나 11시면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문을 닫는다.
그게 정말 큰 아쉬운 점 중 하나였는데 하필 오후 9시라 마음도 같이 급해졌다.
연말정산에 제13월의 월급도 들어왔겠다. 금요일이겠다. 오늘은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한잔해야겠다.
'서촌 친구네' 외관
분명 밤인데 거리는 시끌벅적하다. 술에 취해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사람들과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그래도 홍대나 이태원보다는 젠틀한 편이다. 직장 근처라서 모두가 알게 모르게 조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촌 친구네'는 사실 여러 번 봤었다. 방문하려고 할 때마다 사람들로 만석을 이루었던지라.. 항상 못 들어갔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 딱 한 자리가 남아있어서 오늘은 드디어 '서촌 친구네'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서촌 친구네' 메뉴
'서촌 친구네' 메뉴판.
점심식사부터 갖가지 메뉴들이 있다. 자! 이제 여기서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하자.
메뉴 가격은 생각보다 비싼 느낌이다. 메인메뉴인 회를 먹으면 적어도 3만 원 이상이 든다.
일단.. 항상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니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들어갔다.
곁들이 반찬
다행인 건 테이블도 넓고 간격도 충분하다. 기본 상차림으로 미역국, 무채, 번데기, 옥수수콘이다.
번데기에 포함된 고추 조각들도 매콤하면서 번데기 맛이 살짝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옥수수콘과 무채 그리고 미역국은 우리 모두가 아는 그 맛이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다. 광어 우럭은 사실 항상 먹어왔던 것들이라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주문한 도다리 회! 봄에 제철인 도다리 회를 선택하였다.
도다리는 회, 조림, 미역국, 쑥국 요리로 유명하다. 특히, 도다리는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도다리 회는 65,000원이라고 하셨다. 그래! 광어 우럭보다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음식을 기다렸다.
음식을 기다리기 전, 서비스로 멍게와 전복회가 나왔다.
세상에!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들 뿐이잖아. 노랗게 잘 익은 살구 같은 멍게와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전복!
전복 껍데기에 있는 전복 내장까지! 소주 새로 한 병을 주문하고 껍질에 붙어있는 멍게 살을 먹어보았다.
포인트 1. 멍게가 달고 맛있다. 사실, 멍게는 민트처럼 호불호가 강한 음식이다.
멍게의 그 바다향+상쾌한 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게 싫다고 하는 사람이 뚜렷하게 나뉜다.
전복은 두껍게 썰어 나와서 그런지 살 하나하나가 두툼하고 두툼하기 때문에 맛이 잘 느껴졌다.
전복은 우리가 유튜브에서 접할 수 있는 흔한 ASMR 음식 중 하나가 아닌가.
분명 촉촉하고 부드러운데 가운데 알맹이는 단단해서 씹을 때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김치전! 도다리 회를 기다리면서 간단한 안주로 하기에 충분했다.
이게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기본 상차림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만, 멍게와 전복은 서비스라서 모든 메뉴에 동일하게 나오는 것은 아닐까 싶다.
봄 도다리 회 모습을 드러내다.
도다리 회가 나왔다. 사실, 처음 먹어본다. 하지만 65,000원이라고 하기에는 음.. 양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산인가? 자연산이라서 기본 상차림보다 생선 퀄리티에 집중한 것인가 생각했다.
사진으로는 촉촉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갓 잡은 느낌은 아니었다. 사진과는 다르게 푸석함이..
인터넷에서 도다리 즉, 문치가자미가 중(中) 자로 66,700원인데..
양은 소(小) 같고.. 그렇다고 중 크기의 도다리를 65,000원에 팔지는 않을 건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처음 도다리 회를 먹어봤지만 별로였다.. 다 먹고 계산할 때 사장님께 조심스럽게
자연산이냐고 여쭤봤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크기에 놀란 해물라면. 근데 해물라면? 김치라면?
해물라면(10,000원). 김치가 테이블에 제공되고 나는 사장님께서 웬 양푼이를 들고 오시는지.. 저게 우리 것인지..
궁금했는데 그게 바로 우리 테이블 위에 턱-하고 나왔다.
홍합, 새우, 게 이게 끝이었다. 그 외 김치와 콩나물, 고추를 송송 잘라서 넣고 끓인 해물라면.
국물의 맛은 크-하고 좋았다. 하지만 라면은 우리 모두가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김치라면에 해산물 조금 넣고 끓인 맛.. 뜨겁고 매콤하면서 맛있는 맛. 맛있는 맛이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파래전
파래 전(5,000원). 처음엔 전 가운데 달걀을 풀어놓은 줄 알았다. 뜨거울 때 먹으면 맛있다.
전이 식어서 굳기 전 뜨거울 때 젓가락을 쫘악 찢으면 흐물흐물하고 잘 갈라진다.
총평
경복궁역 근처에는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다. 좁은 거리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작고 큰 가게가 모여있다.
그래서 거리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음식점 안에서 풍기는 분위기 다 정 많고 포근한 인상을 준다.
'서촌 친구' 횟집도 마찬가지로 가게만의 감성이 있다. 일에 지치고 힘든 피로를 술과 맛있는 음식으로 풀 수 있는 그런..
하지만! 첫 번째는 가격이 비싼 감이 있다. 쉽게 말해 가성비는 기대하면 안 된다.
두 번째는 다른 회를 안 먹어봐서 모르겠지만 도다리는 별로였다. 어쩌면 내 30년 인생의 봄 제철 도다리 회가 첫 경험이었다. 평소에 회를 무척 좋아하지만 여기서 먹은 도다리는 그저 그랬다. 65,000원의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더 저렴한 가격의 오마카세에 입이 떡 벌어진 곳도 있다.
이곳은 한 번의 방문으로 끝을 맺는다. 그래도 싱싱한 전복과 멍게를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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